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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분석 등장인물, 줄거리, 숨은의미 알고보면 더 재밌다

by bbogimomm 2025. 1. 5.

2024년 2월 22일 개봉한 한국 영화 파묘는 장재현 감독이 연출을 맡아 천만관객을 빠르게 돌파하며 코로나로 위축됐던 한국 극장가에 활력을 불러 일으킨 영화입니다. 한국의 일제강점기와 현대를 넘나드는 시간적 배경을 가진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로 OTT 넷플릭스로는 2024년 7월 15일 공개됐습니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될 정도로 연출과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돋보였던 화제작입니다. 그럼 영화 파묘의 등장인물과 줄거리 요약, 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스토리 곳곳에 숨은 의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네이버 영화 파묘 공식 포스터

 

1. 파묘 등장인물 소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더욱 빛을 발하다"

김상덕(최민식)은 '대한민국 상위 1%에게 풍수는 종교이자 과학이다'라는 철학을 갖고 있고 어지간한 대기업 인사들도 굽실대는 국내 최고의 '풍수사'로 스토리 전반부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입니다. 초반에는 꼰대 소리를 들으며 이화림(김고은)과 의견 차이로 부딪히지만 결국 힘을 합쳐 문제를 풀어나가고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는 상덕만이 알고 있던 오행에 대한 지식을 통해 영화를 마무리 짓는 핵심 인물입니다. 이화림(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용한 '무당'으로 사건의 발단이 된 의뢰를 처음 받은 인물입니다. 기존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무당의 틀을 깨는 MZ스타일의 개성 있는 젊은 무당으로 등장하며 일본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잘합니다. 영화 첫 장면에 보면 화림과 봉길이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오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화림의 일본어 수준과 영화 속 신자매 같은 사람과 통화하는 내용 등을 유추해 보았을 때 일본에서도 활동을 하는 등 일본 무속계와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배우 김고은이 무당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시킬까 궁금했는데 아주 찰떡같이 소화를 해냅니다.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실제 무당역 자문을 구했던 신어머니라는 분께 2년 동안 코칭을 받았다고 합니다. 영화 속 대살굿(타살굿이라고도 하며 돼지 등 동물을 제물로 바치면서 사람 대신 동물에게 살을 맞게 해 죽음을 피하는 굿) 장면은 베스트오브 베스트 장면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고영근(유해진)은 지관(풍수사) 김상덕과 함께 일하는 대한민국의 명성을 인증받은 '장의사'입니다. 상덕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덕에 풍수에도 어느 정도 식견이 있으며 돈을 살짝 밝히는 인물입니다. 영화 속 유머를 담당하며 긴장을 완화시키는 인물로 상덕, 화림, 봉길과 함께 사건을 풀어 갑니다. 윤봉길(이도현)은 무당 화림과 함께 활동하는 경문을 외는 법사이자 화림과 친남매 같은 관계로 온몸에 잡귀잡신을 내쫓는 금강경의 축문을 문신해 눈길을 끕니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화림을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화림과의 굿판에서 북을 치는 악사 정도로 보이지만 후반부에서 악령에 사로잡혀 섬뜩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등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박지용(김재철)은 파묘를 의뢰한 인물로 친일파였던 박종순의 아들이자 할아버지, 아버지, 자신에 이어 아기까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걸 보며 화림에게 파묘를 의뢰합니다. 주인공들 못지않게 영화 속 중요한 인물 중 하나입니다. 이 외 조연들의 연기력까지 영화 속 등장인물 모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각자의 배경과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 영화의 현실감을 깊이 있게 살려준 것 같습니다.


2. 긴장감 넘치는 줄거리

"험한 것이 나왔다"

영화를 보면 미국 LA에 거주하고 있는 집안으로부터 거액의 의뢰를 받은 화림과 봉길이 LA에 방문해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내고 이 묫바람 때문에 기이한 병이 장손에게 대물림되고 있으니 지용의 할아버지가 묻힌 무덤을 파 이장이나 화장을 해야 한다고 권합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화림과 봉길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에게 같이 일하기를 제안하지만 묫자리를 살펴본 상덕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묫자리라며 불길함을 느끼고 거절하지만 결국 자신의 아기를 살려달라는 의뢰인의 간곡한 부탁과 결혼을 앞둔 딸의 결혼식에 보태줄 비용을 생각해 합류하기로 결정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다들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이 묫자리는 자신 생전에 최악의 악지다"라고 말했던 상덕이었지만 결국 대살굿과 함께 파묘가 시작되었고 이때까지는 원만하게 큰 사고 없이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2부의 시작. 파묘가 끝난 뒤, 묫자리를 정리하던 인부 한 명이 뱀 한 마리를 발견하고 불길하게 생각하여 죽이는데 이 뱀 나와서는 안 될 험한 것이 나오며 사건은 점점 미스터리로 빠져갑니다. 그들은 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서고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놀라운 비밀과 위험을 마주하며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무사히 파묘를 마치고 관을 화장하기 전 영안실 주인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경고를 무시하고 관을 열면서 나와서는 안될 악령(지용의 할아버지)이 나와 지용의 엄마와 지용을 죽이고 마지막 장손인 아기까지 죽이러 가지만 상덕과 화림 일행이 관을 빠르게 화장하면서 악령이 사라지고 다행히 아기는 살 수 있었습니다. 상덕은 호텔에서 겪은 기이한 상황과 지용이 남긴 이 말을 듣고 뭔가 이상함을 느낍니다. 그는 묘에 다시 찾아가 묫자리에 있는 비석에 새겨진 위도와 경도 383417 1283189 숫자를 보고 한반도의 허리에 위치한 자리임을 알아채고, 도굴꾼들이 놓고 갔다던 장비들이 의심스러워 다시 찾아보니 독립운동가들이 전국 곳곳 쇠말뚝을 찾아다니며 제거한 걸 눈치챕니다. 이 모든 상황들을 통해 상덕은 무덤 속에 쇠말뚝이 있음을 확신하게 되고 친일파 박지용의 할아버지 관 밑에 첩장 되어있던 일본 장수의 세로로 박힌 관을 찾아내 쇠말뚝을 찾아보지만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일제강점기 음양사들이 이 만 명을 죽인 일본 장수(다이묘) 머리를 잘라 쇠말뚝으로 몸과 다시 연결해 세로로 첩장을 한 것이죠. 이 사실을 안 상덕은 다이묘를 불러내 고군분투하다가 "물은 불을 이기고 젖은 나무는 쇠보다 질기다"라는 음양오행에 따라 최후 정령을 무찌르며 사건은 종결됩니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중간중간 많은 메타포가 숨어있었다는 걸 알았는데 이 의미들을 알고 보면 영화가 더 깊이 있고 재미있어집니다. 덧붙여 '사람이나 동물의 혼이 사물에 붙어 진화해 사람도 동물도 아닌 일본 정령'이 나오며 전반부의 스산했던 긴장의 맥이 좀 끊기기는 했지만 전반부의 긴장감 넘치는 줄거리와, 상덕이 정령을 물리칠때는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입장에선 아주 만족했습니다. 아니면 그 안에 서려있는 우리 민족의 한이 함께 날아가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던 걸까요?


3.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영화 속 숨은의미

"이런 의미까지?"

미국 LA에서 기이한 병에 시달린다는 의뢰자의 아기가 있는 병원에 방문했을 때 화림이 '휘파람'을 붑니다. 이 장면은 원래 시나리오에 없었으나 현장에서 김고은이 "선생님들(무속인)이 휘파람을 많이 분다"며 제안해서 넣게 된 장면이라고 합니다. 본래 휘파람을 부는 행위는 서양에서도 귀신을 부를 때 사용한다고 전해져 옵니다. 의뢰인 지용의 아기 주변에 귀신이 있는지 알아내고자 한 행동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베스트 장면으로 뽑은 화림의 '대살굿(살을 대신하는 굿)' 장면에서 얼굴에 숯을 칠하고 동물의 피를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는 신을 받으면 불속에 손을 집어넣어도 상처가 나지 않는다는 위용을 보여주는 행위이며 동물의 피를 먹는 장면은 신에게 밥을 바치는 의미라고 합니다. 영화에서 파묘하기 전 의뢰인 지용이 삽으로 묘를 치며'파묘요!'를 3번 외칩니다. 이는 묘주인의 자손이 파묘를 허락받는 행위라고 합니다. 다음, 파묘를 마친 뒤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여성의 머리에 뱀의 몸을 가진 괴생명체'는 일본 신화에 자주 나오는 요괴 누레온나를 가리킵니다. 주로 물가 근처에서 나타나며 인간을 현혹하는 요괴인데 아마 첩장 되어 있던 일본 장수의 관을 못 찾도록 현혹시키려 했으나 인부가 삽으로 죽이게 되죠. 후반부의 이야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결국 첩장을 알아내고 그 안에 감춰져 있던 일본의 만행을 파헤치며 일본 정령을 물리치는 스토리를 의미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용은 처음부터 파묘 후 '관을 열어보지도 말고 반드시 바로 화장을 해달라'고 합니다. 이는 관 안에 일본제국주의시절에 받은 '친일파 훈장'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아마 자손은 자신의 집안이 친일파임을 감추고 싶었던 걸로 해석됩니다. '묫자리를 소개해줬다던 기순애'라는 이름은 여우를 뜻하는 일본어 '키츠네'를 음차 한 것으로 뒤에 가서는 '무라야마 준지'라는 이름의 음양사로 등장합니다. 영화에서 여우가 꾸준히 등장하는데 여우는 굴을 파는 습성이 있어 시체를 파먹는다는 속설이 예로부터 있었고 사람으로 둔갑해 가축들을 잡아먹는 모습으로도 그려져 왔다고 합니다. 참고로 일제강점기 시대에 무라야마 지준이라는 인물이 실존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지용이 그동안 그런 묫자리에 방치해 둬 악에 바친 지용의 할아버지(악령)에 의해 죽임을 당하기 직전 광화문 쪽을 향해 힘차게 경례하며 "대동아공명"이라고 외칩니다. 실제로 경복궁 앞이 조선총독부가 있던 자리로 할아버지 귀신이 친일파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어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라는 말의 의미는 묫자리를 추천해 준 일본무당 '기순애(여우)가 한반도(범)의 허리(척추)에 못쓸 짓을 저질러 한국의 정기를 끊었음'을 의미합니다. 풍수사 상덕이 묫자리에 '백 원짜리 동전을 던지는 장면'을 보고 감독의 연출 디테일에 호평이 자자했는데요, 이는 실제 파묘할 때 묫자리 값으로 보통 10원짜리를 흙에 던지는데 촬영 당시 10원짜리가 흙 색깔과 너무 비슷해서 알아보기 쉽게 그냥 100원짜리 동전을 던진 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화면에 담긴 이순신 장군과 영화의 항일 메시지가 맞물리게 된 건데 영화가 되려니까 이런 게 또 얻어걸리네요. 재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살펴보겠습니다. 모두 독립운동가 혹은 관련된 활동을 했던 분들의 실제 존함을 따왔는데 그중 상덕은 일본에서 조선청년독립단을 결성해 활동하다 상해로 망명하고 조선민족혁명당 위원 등을 지냈던 독립운동가 '김상덕'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습니다. 화림은 한인애국단에서 이봉창, 윤봉길 등과 함께 활동한 여성 항일운동가 '이화림' 이름을 따왔고, 봉길은 모두 알고 계시는 훙커우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날 도시락 폰탄을 투척하고 현장에서 체포된 후 총살 당한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장의사 영근은 대한제국의 군인으로, 명성황후 암살 사건에 가담한 친일파 우범선을 암살한 '고영근'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박지용은 친일파 을사오적 5명 중 한 명인 이지용의 이름을 따왔으며 친일파 가문 박지용의 가족 이름도 모두 을사오적들의 이름에서 따온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밖에 극 중 화림이 모는 차 번호가 '19 무 0301'로 '1919년 3.1 운동'을 의미하고 영근의 차 번호는 '경기 40 바 1945'로 '1945년 광복'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영근의 장의사 상호명은 의열단에서 따온 '의열장의사'이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절 보국사 역시 나라를 보호하고 지킨다는 '보국'의 의미를 가져온 거라고 합니다. 이 외 영화 속 여러 가지 숨은 의미와 복선 배치는 감독의 치밀한 계획과 각본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이렇듯 영화 '파묘'는 탄탄한 스토리의 구성, 개성 있는 캐릭터 해석, 깊이 있는 메시지 전달까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될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글을 마치며, 한국 영화 <파묘>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인간 개인의 욕심이 불러온 끝은 무엇이고 그 책임은 어떻게 져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와 동시에 대한민국이 가진 역사의 아픔과 그 아픔이 현대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상징적 요소들(쇠말뚝과 오니 등)을 통해 우리의 역사적 인식을 고취시키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오컬트 장르를 기대했던 분들의 호불호가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게 몰입해서 본 영화라 속편도 살짝 기대해 봤지만 속편은 없을 거라고 하네요. 대신 4년 안에 그리스 러시아 정교회를 배경으로 한 한국의 뱀파이어 영화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영화 <파묘>는 단순히 한 번만 보기보다는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영화 속 숨은의미의 해석까지 분석해 감상하시면 더욱 재밌고 풍성한 관람을 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그럼 아래 인상 깊었던 대사 몇 줄 남기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땅이야 땅. 우리 손주들이 밟고 살아가야 할 땅이라고", "죽는다. 다행히 그렇게 아프지는 않다. 항상 죽음과 가까이 살았다. 그래 이번엔 그냥 내 차례인 것이다. 죽음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편안하게. 아 맞다, 딸내미 결혼식", "물은 불을 이기고 젖은 나무는 쇠보다 질기다" - 김상덕(최민식)
"음과 양, 과학과 미신 그 사이에 있는 사람. 그래 난 무당이다", "세상은 밝은 빛이 있어야 우리 눈에 보인다" - 이화림(김고은)
"아까 그 자리 명당 맞아요? 어쩐지 아직도 명당이 척척 나온다는 게..", "먹고 싶어 먹는 줄 알아? 억지로 먹는 거야 맛있으니까", "왜 지들이 음식을 정해주고 난리야",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전도서 4장 12절 - 고영근(유해진)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 박지용(김재철, 악령 빙의 후 대사)
"니들 다 죽어", "도망가" - 윤봉길(이도현)